게임은 저렴해진 취미 생활이다.

  • MS-DOS 시절 게임들 부터 윈도우 XP까지 시절의 국내 게임의 역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격이었다. 젤다의 전설 신작의 가격이 $70가 말이되냐 안되냐로 싸우고 있는 시점에서 수록 된 게임 중엔 최대 5만 5천원에 판매 된 게임도 있다. 흔히 요즘 AAA급 게임의 풀 프라이스 정도의 가격이라 놀랄 수 밖에 없었다.
  • 책에 다루고 있는 시대가 어린 시절 내가 천원으로 여러가지를 살 수 있던 시절이라 더더욱이 놀라웠다. PC가 대중적인 물건이 되어가던 시절이었다고는 하지만 당시 물가를 생각한다면 굉장히 고가라고 생각되는 가격들이었다.
  • 20세기 말 21세기 초 5만원를 최고가를 찍은 게임은 23년에도 6만원 남짓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현 시점에선 가장 가성비가 좋은 문화생활 아이템 중 하나인 것 같다.
  • 구동을 위한 장비들엔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장비도 여럿 있었다. 옥소리애드립은 정말 처음보는 장치들이었고, MIDI, 사운드 블라스터가 주요사항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정말 생소한 경험이었다.
  • 현재의 게임은 옵션 타협이라는 협상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당시 게임보다는 훨씬 저렴하고 고민없는 단말기를 요구하는 듯 하다. 물론 많은 게임들이 그래픽 카드를 요구하지만 게임마다 특정되거나, 내 컴퓨터의 비트 수가 중요하지 않다.

그냥 출간이 필요한 책이 있다.

  • 우리가 사랑한 한국 PC 게임이 출간되지 않았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게임들은 흐릿한 기억 속에서 도시전설이 되어 잊혀져 갔을 것이다.
  • 독자의 입장에선 이런 책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. 좋게 말해도 책이 가격대비 밀도가 좋은 책은 아니다. 한쪽의 사진과 게임의 스펙이 적혀 있고, 반대쪽엔 게임의 비하인드나 간단한 트리비아가 적혀있다.
  • 이 책은 그래서 좋은 책이다. 저 시절의 게이머에게는 향수를 불러오고, 뒷 세대 게이머에겐 지금까지 없던 국내 게임사를 정리해주고 있다. 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하지 않는 이상 94개의 게임에 대한 비하인드, 개발자 인터뷰를 한 번에 모아보기는 커녕 이름 조차 다 듣지 못 할 것이다. 박물관을 책장의 멋진 인테리어로 가져온 책이지 않나싶다.
  • 내가 기획팀이었다면 이런 책을 쉽게 출판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. 그래서 더더욱이 이런 책들이 더 나왔으면 한다.
  • 기억하고, 기억할 수 있게 정리해주는 책들이

한빛미디어 2023 도서 서평단 "나는 리뷰어다"의 일원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.